‘딥시크 쇼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인공지능(AI)기업들에게 ‘투자 확대’ 압박에 나섰다. 기업은 데이터활용 및 해외 인재 영입 등의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부는 그동안의 정부 지원에 민간 투자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성 발언까지 내놨다. 뒤쳐진 국내 AI기술력을 두고 민관이 함께 전략을 세우기도 부족한 형편에 ‘서로 네탓’ 공방까지 한 셈이다.
과학기술정통부는 6일 강도현 제2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AI위원회에서 국내AI산업 경쟁력을 진단하고 점검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강 차관은 “장날에 비가 오는데도 정부는 우산을 쓰지 않기로 했다”며 “민간도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AI경쟁을 장날에 비유하고 비는 최근의 딥시크 쇼크를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차관은 특히 “기업에 투자 여력이 (정부의) 기대보다 적다는 데 놀라움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업은 투자 여력이 있다”며 “정부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민간 투자가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초거대 AI기반의 언어모델(LLM/sLLM)을 보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국내 AI기업과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국가AI위원회 분과위원인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오픈AI나 딥시크급으로 AI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추격조를 구성해야 한다”며 “국가AI컴퓨팅 센터에 특수 임무 조직을 둬서 제도에 묶이지 않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조만간 딥시크 R1 수준의 모델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며 “엔비디아의 H100 2048장 정도 확보된다면 연내 딥시크 R1수준의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배 원장이 밝힌 LG의 H100의 보유수는 512장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아예 연말까지 10개 이상의 딥시크 같은 회사가 나올 방법”이라며 “‘추격조’에 선정된 회사는 3년 정도 한국의 데이터를 저작권 걱정 없이 파격적으로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실제 시장성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은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보면 전반적으로 생태계를 리딩한다. 우리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국내 LLM 모델이 많다고 하고, 평가 지표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시장에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자체 모델이 있지만 때로는 힘에 부친다. 결국 인프라가 필요한데 데이터와 컴퓨팅 비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걸 누가 해줘야 한다”촉구했다.
강 차관은 이 같은 업계의 요청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왔고 조세특례법 개정안도 AI를 전략기술화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GPU 구매에 정책 금융 지원과 제도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희 한국SW산업협회장도 “AI기본법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통과시키고 이미 국가AI컴퓨팅센터가 사업자 모집에 착수했다”며 “국가AI위원회라는 컨트롤타워까지 만든 정부의 노력에 이제 민간이 화답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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