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가전 업체인 파나소닉이 수익성이 낮은 TV 사업을 70년 만에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때 ‘가전의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중국 기업들에 안방을 내주며 쇠락해가는 양상이다.
5일(현지 시간)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4개 사업 부문에 대해 철수 또는 매각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스미 사장이 밝힌 4개 사업은 TV, 주방가전, 산업기기, 메카트로닉스(고성능·자동화 기계) 등이다.
구스미 사장은 2027년 3월까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 철수와 매각 등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연내 희망퇴직 신청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TV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매각에 응하려는 기업은 없다”며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2년부터 70년 넘게 TV를 판매해 온 파나소닉이 TV 사업을 정리하려는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습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BCN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평면 T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하이센스의 자회사 TVS레그자가 25.4%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일본의 샤프(20.6%)가 바짝 쫓았지만 중국의 하이센스(15.7%)와 TCL(9.7%)이 각각 3위와 4위에 오르며 중국 브랜드들이 과반을 차지했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5위(8.8%)와 6위(7.4%)로 밀려났다. 고물가 시대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브랜드들에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일본 메이커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8조 3000억 엔(약 78조 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순이익은 3100억 엔(약 3조 원)으로 30%나 급감했다.
파나소닉홀딩스는 2028년 영업이익을 7500억 엔(약 7조 원)으로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항공기 오락·통신 시스템과 전기차 배터리, 기업용 정보통신(IT) 서비스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백색 가전과 에어컨, 조명 분야 등을 총괄하는 업체인 ‘파나소닉’을 내년 3월 이전에 해체해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예정이다. 해당 업체명을 다른 형태로 남겨둘 것인지 등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952년 TV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파나소닉은 1960년 컬러TV에 이어 2003년 디지털방송에 맞춰 플라스마TV를 선보이며 TV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액정TV의 급성장에 밀리며 2014년 플라스마 사업을 정리했고 이후 중국 브랜드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왔다. 경쟁 심화로 TV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다른 일본 TV 메이커인 도시바는 2018년 하이센스에 TV 사업을 매각했고 미쓰비시전기도 2021년 TV 제조를 중단했다. 현재 일본에서 자체 브랜드를 생산해 판매 중인 곳은 파나소닉·샤프·소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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