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품목 중 절반가량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이나 중국·일본·독일 같은 주요 수출 경쟁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수출 대체 품목을 적극 발굴하고 수출 시장도 다각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5일 학계에 따르면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7일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 수출입의 공급망 취약성과 산업 통상 대응 과제’를 발표한다.
양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주요국의 자국 중심 산업정책 재편과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 등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수출 위험 품목은 △특정 시장 집중도 △글로벌 무역 집중도 △중간재 취약성 △수출국 정책 불안정성 △주요국 산업보조금 영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메모리와 반도체 제조 장비,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기기 등은 ‘불확실성 복합 지표’가 높은 대표적인 품목인 동시에 대한민국 수출의 주력 품목이기도 하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의 수출 불확실성 지수 고위 품목 비중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44%에서 2022년 45.7%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실상 전체 수출 품목의 반절은 대외 변수에 쉽게 휘둘린다는 얘기다. 이는 2022년 기준 미국(33.8%)·일본(30.4%)·중국(17.3%)·독일(14.0%) 등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앞세워 첨단전략산업 직접 제조에 뒤늦게 뛰어든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고위험 품목 비중이 낮아진 중국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수출 구조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양 실장은 “반도체 및 전자기기, 반도제 제조 장비 등 주력 수출품들은 주요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아 수출 전반의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며 “전 세계 수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안정성 있는 수출 바스켓(바구니)과 수출 증대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 포트폴리오를 하루빨리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출 바스켓 중 수출국의 정세 및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높은 품목의 비중을 끌어내리고 변동성이 낮은 품목 중 현재 수출액이 많지 않은 품목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주력 시장의 불확실성을 분석하고 불확실성이 낮은 시장으로의 수출국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수출국 중 미중 양대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6.3%에서 2024년 38.1%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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