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RS가 크리스피크림 등 산하 브랜드의 구독제 서비스를 정비하면서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저가 커피 브랜드보다도 저렴한 한 잔에 800원꼴 아메리카노까지 선보인다. 팬데믹 시기에 오프라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되거나 비대면 배송으로 주목받던 구독제 판매 방식이 식품·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재조명 받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커피 브랜드 엔제리너스의 구독제 서비스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매달 일정한 기간을 정해 다회용 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던 엔제리너스의 구독제는 현재 개편을 위해 중단된 상태다. 회사 측은 “이전과 유사하게 쿠폰 형태를 활용하되 대상 품목과 횟수를 조절해 서비스 매력도를 높이는 작업이 리뉴얼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GRS는 지난달 31일 크리스피크림의 월간 구독제를 개편해 ‘오글패스’를 출시했다. 리뉴얼을 통해 크리스피크림은 구독 대상 메뉴를 간소화하는 한편 쿠폰 제공횟수를 크게 늘렸다. 값이 2만 원으로 책정된 아메리카노 구독제의 경우 한 달 25회의 쿠폰이 발급된다. 리뉴얼 이전 1만 원에 5잔을 제공했던 것에 비해 횟수가 대폭 늘면서 할인율도 무려 81%로 상승했다. 해당 구독제를 이용하면 한 잔에 4200원인 아메리카노를 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크리스피크림의 대표 메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3입) 구독제는 가격이 2만 원으로 두 배 오른 대신 제공횟수가 10회로 2.5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단발성 사용에 그치는 다른 쿠폰과는 다른 구독제 특유의 장점에 주목한다. 매장을 자주 찾을수록 경제적 혜택이 늘어나는 구독제의 특성상 매일 방문하는 충성 고객을 늘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출시한 버디패스가 성과를 내면서 구독제 확산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론칭 직후인 지난해 11월 버디패스 이용자들의 평균 구매 금액과 건수는 론칭 이전인 9월과 비교해 각각 61%, 72% 늘었다. 버디패스는 월 7900원의 구독료로 오후 2시 이후에 사용 가능한 제조 음료 30% 할인권을 매일 제공한다. 이 밖에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앳웍스는 구독제를 통해 개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두와 드립백을 정기 배송하면서 중량과 분쇄도 면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매장 입지와 함께 고객에게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구독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분석한다.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구독제 서비스의 도입은 팬데믹 기간인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당시 롯데웰푸드의 ‘월간 과자’ 등은 월 1회 신상품을 포함한 제품을 선별해 비대면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구독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시들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 매장이 생활 반경 근처에 위치한 경우에는 구독제가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먹거리의 경우 위치 외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고객의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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