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5년 양 사 합병 발표 후 기소된 지 4년 5개월 만에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이 회장은 사실상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 활동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에 대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가 없어 모두 기각한다”며 원심과 동일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중요한 범죄 사실과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추측에 의한 시나리오만으로는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또한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이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 합병을 추진했다는 19개 관련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1년 만에 나온 항소심에서도 모든 혐의에 대해 동일한 결론이 나온 셈이다.
무죄 선고 직후 변호인단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을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삼성의 미래 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경쟁 업체의 추격 속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어려움을 겪는 등 경영 전반에서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후 상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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