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다 역주행 사고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차 모(69)씨가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재판장 소병진)는 8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5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감금하되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차 씨는 앞서 1심에서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 씨 측이 주장한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주장을 원심과 마찬가지로 배척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은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착각해 밟은 과실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원심의 처단형 상한선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원심은 각각의 범죄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다. 실체적 경합은 두 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 범죄로 성립하는 경우로,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이에 1심은 처단형 상한선을 7년6개월로 봤다. 반면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만 처벌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은 과실이 주된 원인으로, 구성요건이 단일하다”며 “차량이 인도를 침범해 피해자를 사망·부상하게 한 것과 승용차가 연쇄 충돌해 상해를 입힌 것은 동일한 행위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치사와 치상은 모두 업무상과실을 특례로 규정해 교통사고의 신속한 해결과 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며, 보호법익이 동일하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각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해당하고, 처단형은 금고 5년 이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입한 자동차 종합보험을 통해 유족들이 어느 정도 피해변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4명의 사망자와 1명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않았고,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처단형의 상한형을 선고하기로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차 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차량을 역주행한 뒤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해 인명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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