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지속되면서 112 신고 건수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표적 집회 장소인 광화문, 한남동 대통령 관저, 헌법재판소 앞 등에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집회가 열려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상권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파출소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549건에서 지난달(1월 21일 기준) 1929건으로 251% 늘었다.
신고 유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폭력, 기물파손 등을 포함한 기타범죄가 121건에서 854건으로 6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서유지(159%), 교통(154%), 중요범죄(11%)가 그 뒤를 이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집회에서 지지자 사이의 난투극이 벌어지는가 하면 인도와 도로의 이동 제한으로 인한 크고 작은 시비가 발생하면서 경찰 출동도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이날까지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집회·시위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서 총 389건의 대통령 탄핵 찬반 관련 집회·시위가 신고됐으며 개최 일수는 총 58일에 달했다. 두 달간 매일 집회가 열린 셈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인근에 사는 고객들이 소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쓰레기 문제도 심각했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가게로 들어오는 집회 참가자도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후 본격적으로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으로 시위대가 이동하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거주자의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직장인들과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과 시위대가 뒤섞여 교통 흐름과 보행자 이동의 혼잡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평소 치안 수요가 적은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등 헌법재판소 일대 지역에서도 112 신고 건수가 지난해 11월 163건에서 지난달 196건으로 두 달 사이 20% 늘어났다. 이 중 기타범죄 신고는 30건에서 91건으로 증가했으며, 질서유지 신고는 64건으로 지난해 11월 66건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중요범죄 신고도 9건에서 11건으로 늘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평소 야간 신고가 5건도 되지 않는 조용한 곳인데 헌재 앞 시위가 있던 날은 30건이 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인근 삼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자는 “계엄 이후 주말 손님이 30~40%가량 줄어 주말 장사를 중단할지 고민 중”이라며 “근처에서 관광차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한 외국인들의 취소도 빗발치고, 시위대로 인해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면서 사장님이 직접 안국역에 도착한 손님들을 운전해 데려오기도 했다"며 최근 이어진 집회의 여파를 토로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반대하는 쪽 모두가 모이는 광화문 일대의 사정도 비슷했다. 지난 주말 약속을 위해 광화문 인근을 방문했다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는 줄 모르고 왔다가 1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이 걸렸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서 “주말 집회 때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누구도 광화문을 쉽게 찾지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말인 이달 1일 열린 진보·보수 단체의 집회와 도심 행진으로 서울경찰청은 교통경찰 240여 명과 경찰 기동대 2500여 명을 배치하고 교통 통제 및 질서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매주 두 차례 이어지는 탄핵심판 변론에 윤 대통령이 직접 재판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헌법재판소 앞과 광화문 인근에서의 집회는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도 이르면 이달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지역의 주민 불편과 치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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