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관련 국가박물관인 국립한글박물관(서울 용산구)에서 1일 큰 불이 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다행히 국가유산(문화재)의 피해는 없었지만 주요 소장품들은 근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됐다.
1일 관할 문화체육관광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립한글박물관 화재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발생해 오후 3시께 완전 진화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로 휴관 중이었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과 직원들은 없었다.
불은 작업자들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이날 불은 3층에서 시작돼 4층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자르기 위해 용접작업을 하다가 불티가 튀어 화재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0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76대와 인력 262명을 투입했다. 큰 불길은 낮 12시 31분께 잡았다. 다만 건물 내에 쌓인 가연물을 들어내고 잔불 등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려 화재 발생 6시간 42분 만인 오후 3시 22분이 돼서야 완전히 진화할 수 있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스프링클러는 (작동이) 중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명피해도 있었는데 불을 끄는 과정에서 건물 내부로 진입했던 소방대원 1명이 딛고 선 작업 발판이 빠지면서 2m 아래로 떨어지고 철근 낙하물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물관 안에 있던 공사 작업자 6명은 무사했다.
이번 화재로 박물관 3층과 4층이 전소됐지만, 국가유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박물관측은 지난해 증축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문화유산 등을 수장고에서 별도로 관리 중이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 지정문화재급 소장품 257점을 인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겼다. 나머지 소장품도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4년 한글과 한글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관해 운영중이다. ‘월인석보 권9, 10’과 ‘정조 한글어찰첩’, ‘청구영언’ 등 9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고 ‘삼강행실도(언해)’ 등 4건은 시도유형문화유산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을 관할하는 문체부의 유인촌 장관은 이날 화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화재 현장에 도착한 유 장관은 진압 상황과 피해 현황 등을 확인한 뒤 “갑작스러운 화재 소식으로 국민 여러분께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 산하에 다중문화시설이 많은데 철저하게 점검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걱정 끼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