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열풍으로 투자처가 다변화되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고위험 상품에 몰리고 있다. 다만 해외 고위험 상품의 경우 투자자 보호제도가 미흡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아이온큐 보관 금액은 27억5000만달러(약 3조7106억원)다. 시가총액 89억4800만달러 중 31%에 달한다.
아이온큐는 한국계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창업한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이다. 2021년 뉴욕증시 상장 때부터 한국인이 꾸준히 사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주도 업종으로 꼽히며 주가는 작년에만 237% 올랐다.
트렌드에 민감한 서학개미는 단기 급등한 미국 중소형주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또 다른 양자컴퓨터 회사 리게티컴퓨팅의 국내 투자자 보유액은 5억5984만달러다. 한국인 보유 비중은 17%로 집계됐다. 이 종목 주가는 작년에만 열다섯 배 넘게 뛰었다.
단일 종목 주가 등락률 대비 두세 배 수익을 추종하는 초고위험 ETF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테슬라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ETF’(TSLL)의 국내 투자자 보유액은 21억3957만달러에 이른다. TSLL 시총(53억1560만달러)의 약 40%다.
증권사들도 서학개미들의 수요를 겨냥해 해외주식 파생상품 거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의 거래 수수료는 일반 주식 거래보다 높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좋은 먹거리다.
해외 파생상품은 고위험 상품임에도 국내 파생상품처럼 사전 교육이나 예탁금 등 규제 등이 없어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더 낮아, 그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레버리지 상품에도 많이 몰리는 만큼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며 "해외주식의 접근성도 좋아진 만큼 유사한 상품에는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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