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000670) 지분 10%를 취득한 것을 두고 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 손자회사를 통한 우회적 지배력 확대 시도에 현행 법제가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1일 논평을 내고 “공정거래법 제21조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의 계열사 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며 “반면 해외법인을 통한 우회 취득의 경우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데, 고려아연이 이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100% 자회사라 하더라도 해외법인이 취득 주체라면 공정거래법 적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쟁점도 제기됐다. SMC가 외국법인이라는 점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제한 규정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포럼은 “국내법에 근거해 설립되지 않은 외국법인에 대한 상법 적용은 법리적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주총 전날 이뤄진 기습적 지분 이전은 현행 가처분 제도의 한계도 드러냈다. 포럼은 “주총 직전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응급 가처분제도’와 주총 직후 신속한 시정이 가능한 ‘신속 가처분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규제만으로는 기업 거버넌스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포럼은 “대기업 규제 중심의 공정거래법으로는 다양한 지배구조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보호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LG, 두산, 현대차 등 다수 기업이 해외법인 현지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포럼은 “외국 자회사를 활용한 상호출자로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사전문법원 설립 필요성도 대두됐다. 미국 델라웨어주처럼 전문성을 갖춘 법원이 없어 주주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포럼은 “복잡한 기업 거버넌스 분쟁을 다룰 수 있는 전문법원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총 운영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포럼은 “첨예한 주총 사안의 경우 법원이 의장을 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소수의 대다수(Majority of minority)’ 원칙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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