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패션 기업들이 부진한 지난해 실적을 딛고 올해는 동남아·유럽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신사업을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둔 패션 대기업들은 2023년에 비해 대부분 매출액이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F&F는 지난해 연결기준 1조 905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3.7%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한섬(1조 4945억 원)과 신세계인터내셔날(1조 3197억 원) 역시 연간 매출이 각각 2.2%, 2.6% 하락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2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2조 510억 원으로 집계돼 직전 년도보다 2.3% 줄었다고 공시했다. LF의 경우 작년 1조 9696억 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업인 패션 사업은 부진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국내와 해외 모두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에선 소비 심리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발목을 잡았다. 예상을 빗나간 날씨도 악영향을 미쳤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간절기 제품 및 겨울 아우터류의 초반 판매가 위축된 것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의류·신발 소비지출은 11만 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치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 판매는 특히 소비 심리의 영향이 크다”면서 “지난해처럼 가격이 낮은 SPA(제조유통일원화) 브랜드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보통 패션 시장 전반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은 중국 경기 침체의 타격을 받았다. 특히 한국을 오가며 물건을 거래하는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의 거래 규모가 크게 줄었다. 증권가에선 F&F가 운영중인 MLB 브랜드의 경우 2021년 3000억 원까지 늘었던 면세 매출액이 지난해 1300억 원 수준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 시장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패션의류 수출액이 22억 92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8.4% 줄었다고 집계했다. 2021년 26억 22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겹악재를 맞닥뜨린 패션업계는 해외 진출국 다변화와 신사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규 시장을 추가로 개척하는 한편 라이프스타일 분야 진출을 검토하기로 했다. LF는 ‘헤지스’와 ‘마에스트로’를 고급 브랜드로 내세워 베트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섬은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 현지 인지도를 쌓은 자체 브랜드 ‘시스템’과 ‘타임’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인수한 ‘어뮤즈’나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를 중심으로 뷰티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패션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면서 “국내 시장이 인구 감소와 소비 여력 축소에 직면한 점을 고려하면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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