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바이오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모았던 끝에 어렵게 출범했다. 당초 작년 12월 출범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정국 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한 달 넘게 미뤄진 끝에 성사된 것이다. 위원회는 향후 5년 안에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고 10년 안에는 바이오 산업 글로벌 5대 강국에 들어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등 유사 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옥상옥 논란과 함께 향후 의사결정 영역의 조율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대통령 탄핵소추에도 바이오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위원회를 출범시켰다는 입장이지만 설치 기간 3년에 불과해 후속 입법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2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제1차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부위원장인 이상엽 카이스트(KAIST) 교수 등 민간위원 24명을 선임하고 인프라·연구개발(R&D)·산업 3가지 축의 ‘대한민국 바이오 대전환 전략’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우선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해 다양한 분야별로 연계와 융합을 촉진하고 R&D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를 아우를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국의 기존 첨단의료복합단지·연구개발특구 등을 적극 활용해 2030년까지 일자리를 1만개 이상 만든다는 목표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공공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해 신약개발에 걸리는 기간·비용을 현재 13.7년, 2조원에서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도 2032년까지 현재의 2.5배로 키워 생산·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위원회 출범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나타냈다. 특히 바이오헬스혁신위를 비롯한 기존 의사결정 기구와 영역이 겹치면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위원회가 생겼는데 하나가 더 나온 점이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컨트롤타워는 하나여야 효율적 지휘통제가 가능하다”며 “차별화 지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상위 의사결정 단위는 대통령 직속”이라며 “여러 위원회 간 잘 협력해서 영역을 잘 나눠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국가바이오위는 레드바이오(보건의료)뿐 아니라 제조업, 그린바이오(농업·식품), 화이트바이오(화학·에너지) 등 정책 영역이 넓다. 두 위원회 간 연계로 효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원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 제정 등 후속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차관은 “위원회 종속 시한이 2027년 중반까지로 대통령령에 규정돼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조속히 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정국 혼란의 영향으로 곡절이 있었음에 비춰 앞으로 지속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경제와 관련된 정책의 연속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기조가 확고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책이 힘을 받기는 어렵다. 앞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등을 지나며 위원회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됐다.
위원회가 제시한 전략들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대부분 그간 익히 알고 있던 정책들”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한 관계자는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에 대해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과는 민간 주도 하에 자생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정부 주도형은 큰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화이트바이오·그린바이오로 범위를 넓힐 뿐 아니라 레드바이오(보건의료)도 확대하려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업계를 향해 내놓은 하나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바이오 분야가 뒷전이 아니며 정책적 연속성을 가져간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바이오 분야로 지원을 집중하면서 전통 케미컬 분야 신약 개발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R&D 지원 부족으로 글로벌 신약 3상 이상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바이오 쪽 지원만 늘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만 타 먹는 좀비 바이오 벤처기업 등을 잘 걸러내고 공정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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