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고환율, 중국의 경기 둔화로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 개혁과 정치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극심한 내우외환 속에 빠지고 있는 2025 한국 경제, 전망과 위기 극복 방안’ 포럼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전례 없는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날 “고령화와 양극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관세 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위험도 반영이 안 돼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만성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경제력 누적이 미흡해 일본과 같은 ‘평온한 장기 침체’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올해 미래지향적인 혁신 국가로의 대전환에 실패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한국이 직면한 유례 없는 위기를 인정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2차 전지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여건이 격화되고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시장 잠식과 기술 추격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책 상황, 미국 신행정부 출범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거의 최정점에 이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차관보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현실화되면 수출 및 투자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며,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1%대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2.0으로 규제 완화와 성장 친화적 환경으로 한국의 수출은 증가하겠지만 재정적자 확대, 관세 인상, 이민 제한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환율이 오를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화, 진입장벽 완화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커지고 있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진영 간 갈등도 극복해야 할 요소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 권력이 경제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국은 정치 생산성이 가장 낮은 나라”라며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력이 지속 하락하는데 과도한 정치 비용이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상법 개정과 법인세 인하, 상속세 인하, 보조금 등 성장 촉진과 경제민주화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는 조정 역량이 약하고 양극화에 따른 계층의 대물림도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올해가 한국 경제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 이사장은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지나친 불안감과 공포심에 휩싸여 있다”며 “트럼피즘이 한국을 곤경으로 밀어 넣기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미국이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외에는 협력할 만한 나라가 사실상 없다. 한미 관계는 보완적 생존 관계로 이행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최대한 막고 트럼피즘 흐름에 적응해나가면서 민간 소비 지출을 늘리기 위한 과감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이원복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세장벽으로 대미 수출 및 부가가치 감소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보편관세 효과가 수출 감소를 넘어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을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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