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말을 기르고 관리하기 위해 수도 한양 인근에서 토성까지 쌓고 목장을 운영했던 흔적이 확인됐다. 말은 전쟁은 물론 상품유통에 필수적인 도구라는 점에서 그동안 문치주의로만 여겨진 조선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자료로 주목된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아차산 장성으로 추정되는 성벽을 조사한 결과 ‘살곶이 목장성’의 흔적을 찾았다”고 22일 밝혔다. 목장성은 조선시대에 말이나 수레, 마구, 목축 등과 관련한 일을 맡았던 중앙 관청인 사복시(司僕寺)가 말을 기르기 위해 토성을 쌓아 운영했던 시설을 일컫는다. 보물 ‘목장지도’ 등 옛 지도와 문헌으로 전하던 살곶이 목장성의 실체가 드러난 건 처음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살곶이 목장성은 그동안 서울 동대문구, 중랑구, 성동구, 광진구 일대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돼 왔으나 정확한 위치, 축조 기법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확인된 목장성의 성벽은 높이가 약 3m, 폭이 11m에 이른다.
조사 결과, 자연 지형을 활용해 흙으로 성벽을 먼저 쌓은 뒤 한 차례 이상 덧댔으며 마지막 단계에 성 안쪽으로 석축 벽을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목장 안에 있는 말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구조로 풀이된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는 ‘비가 내리는 철이면 토성이 무너져 말이 도망하는 일이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해 한 면에 석성을 쌓았더니 말이 빠져나가는 일이 감소했다’는 기록과도 일치한다. 성벽의 아래에 조선시대 도기편과 자기편이 확인되어 성벽의 축조 연대도 가늠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는 서울 아차산 장성 유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시굴 조사로 이뤄졌다. 아차산 장성은 서울 동부의 아차산과 배봉산의 능선을 따라 길게 둘러쌓은 성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이 처음 학계에 보고하며 그 존재가 알려졌다.
연구소 측은 조사 결과를 볼 때 서울 어린이대공원 일대가 백제 성곽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아차산 장성으로 추정되는 성벽 2곳을 시굴조사를 한 결과이나, 해당 구간에서 삼국시대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살곶이 목장성과 서울 아차산 장성의 실체를 규명하는 첫 고고학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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