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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원 성과급 '자사주'로 준다…"책임경영 강화"

임원 직급별 50~100% 지급

주가 떨어지면 수량 줄어 들어

1년뒤 지급에 2년 이상 의무보유

'근로의욕 고취→보상확대' 선순환

내년 일반 직원으로 확대도 검토

자사주 매입 3~4조 추가투입 관측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져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임원의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과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를 운영한 적은 있어도 성과급 중 일부를 자사주로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에 따라 지급 수량을 달리하고, 최소 2년 이상 의무 보유하도록 해 임원의 경영 목표에 주가 관리의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직원은 내년 적용을 검토 중이며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임원 초과이익성과급(OPI)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OPI는 사업부가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주는 성과급 제도로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한다. 자사주 실제 지급 시기는 내년 1월로 당시 주가에 따라 최종 수량이 달라진다. OPI의 자사주 지급 약정 체결 시기보다 내년 1월 주가가 같거나 상승하면 약정한 대로 자사주 수량이 지급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하락률에 따라 자사주 지급 수량이 줄어든다. 가령 1년 뒤 주가가 약정 당시보다 10% 하락할 경우 약정 때 10주를 주기로 했다면 10% 적은 9주만 지급되는 식이다. 주가 하락시 자사주 지급량까지 줄이는 제도는 업계에서 처음이다.

의무보유 기간도 있다. 상무와 부사장은 지급일로부터 1년 동안, 즉 2027년 1월까지 매도할 수 없다. 사장단은 2년 동안(2028년 1월) 매도가 불가능하다. 즉, 지급 약정일 기준으로 상무와 부사장은 2년, 사장단은 3년 동안 매도가 제한된다. 중장기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책임경영 의무를 지우기 위한 조치다. 임원의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사주 의무 지급 비중도 커진다. 상무는 OPI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 100% 등이다.





삼성전자가 임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 성과급을 주가와 직접 연계한 것은 영업이익 등 경영 실적뿐 아니라 주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주주 중시 경영 기조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5만 3700원에 마감해 4개월째 ‘5만 전자’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7월 8만 8800원을 찍은 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4만 9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게 가장 큰 원인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3배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2.56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부 임원들이 대규모로 회사 주식을 매입한 바 있지만, 주가 부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는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2018년 보유 중이던(4조 8000억 원 규모) 자사주 전량을 소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별도로 3조~4조 원을 추가로 들여 이번 성과급 지급에 쓰일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2월 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도입을 검토 중인 성과급의 자사주 지급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로 불리며 재계에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제공해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고 ‘자발적 근로 의욕 고취→실적 제고→주가 상승→보상 확대’라는 선순환을 유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OPI 자사주 지급과 유사한 제도를 2023년에 이미 시행했다. 한화그룹은 연내 일부 계열사에 확대 도입할 예정이고, 두산(000150)그룹은 2022년부터 주요 계열사에서 시행하고 있다.

관심은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이 같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일반 직원에게도 적용할지 여부다. 다만 직원을 위한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주식보상 선택은 의무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이다. 또 직원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지급 수량 차감은 고려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사업부별 OPI 지급률도 확정해 공지했다. 지난해 큰 규모의 적자로 0%를 피하지 못했던 반도체(DS) 부문에서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등 대부분이 연봉 14%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갤럭시 S24 판매 호조 영향으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OPI 지급률이 44%로 책정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27%, 생활가전(DA)·의료기기·네트워크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9%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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