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 등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적자를 냈던 무역수지는 올해 흑자로 돌아섰고 흑자 규모 또한 역대 5번째 수준으로 클 전망이다. 남미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 시장 다변화에서 진전을 보인 것도 올해 우리나라 무역의 수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누적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늘면서 글로벌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우리 수출이 경제를 견인할 정도로 크게 성장하면서 ‘무역대국’이라는 말이 실제로 다가왔다"며 내년에는 일본의 국가 수출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6850억 달러로 2022년(6830억달러) 기록을 넘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사실 올해 무역 여건은 여느해보다 어려웠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이 무역 환경을 억눌렀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수출을 이끈 효자 제품은 반도체와 자동차였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치인 13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세계 1위 품목이 수출을 이끈 결과다.
자동차 역시 3년 연속 최고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올해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우려가 컸지만 북미 지역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플러스 수출 증가율을 나타내며 선방했다.
변압기와 전선, 화장품 등도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깜짝 효자 제품으로 등극했다. 변압기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18억31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이는 북미전력망 교체 및 데이터센터 확충 수요에 유럽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변전소 증설 수요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전선 수출액은 2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2% 늘었다. 베트남 시장의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를 싹쓸이한 결과다.
이밖에 주얼리 수출이 12억62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59.6%나 급증했고 일명 'K-푸드'로 통하는 라면(12억2400만달러)과 김(3억6300만달러)의 수출도 각각 25.4%, 39.5% 증가했다.
지역 별로 보면 대미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다시 한 번 갈아치운 가운데 한동안 주춤했던 2년 만에 반등하여 미중 양국 수출이 동반 성장했다.
우선 미국 시장 수출은 1~10월 기준 1055억 달러로 8년째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 속에 자동차 수출 등이 호조를 나타낸 결과다.
중국 수출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대중 수출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수입 수요 개선 지연으로 지난 2년간 감소해 왔으나 올해는 상승세로 반전됐다. 올해 1~10월 대중 수출액은 11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여기에 신흥국 수출도 늘면서 수출 시장도 다변화됐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특히 아세안과 남미에서 올해 수출액이 각각 5.2%, 18.4%씩 성장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했다.
아세안의 경우 캄보디아(13.3%)와 필리핀(12.3%), 말레이시아(11.3%), 베트남(9.8%)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고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브라질의 경우 메모리반도체(112.8%)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 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 무역수지는 10월 누적 기준 395억 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호실적으로 2020년대 이후 최고치다.
무협 관계자는 "올해 우리나라 전세계 수출 순위가 전년보다 2계단 상승한 6위로 올라설 전망인데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4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글로벌 톱 5 국가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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