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한국 경제에 남은 생채기는 크고 깊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시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치적 자해라는 평가가 나온 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경제 기반이 탄탄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면서도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로 부정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복합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위험 프리미엄이 치솟아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요 10개국(G10) 가입이 멀어졌고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과의 동맹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과 기업·정부가 한데 뭉쳐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가 경제 파국으로 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비상계엄 후폭풍에 이날 증시와 환율이 요동쳤다. 정부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전제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 원대의 채권시장안정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스피는 한때 2% 넘게 빠지다가 전날보다 1.44% 내린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다. 1425원(오전 2시 기준)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개입에도 1410.1원에 주간 마감을 했다.
문제는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각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야당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출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이럴 때일수록 대외 신인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과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동력을 상실한 대통령실 대신 국민과 관료들이 중심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실이나 여당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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