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와인은 탄닌감(떫고 쓴 맛)도 충족시켜 주면서 섬세함을 갖췄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한번 마셔 보기만 하면 좋은 와인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죠.”
최근 한국을 찾은 파비앙 장테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와이너리 ‘도멘 장테 팡시오(Domaine Geantet-Pansiot)’의 3세대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부르고뉴 내에서도 도멘 장테 팡시오가 기반을 둔 ‘쥬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 마을은 세계적인 ‘피노누아(Pinot Noir)’ 와인 산지다. 여기서 난 와인은 나폴레옹이 매일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와이너리로서는 길지 않은 70년 역사에도 장테 팡시오는 특유의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거칠고 강인하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받는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장테 팡시오 와인은 보이는 즉시 구매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런 와인 맛의 비밀은 특유의 전통 방식에 있다고 파비앙 장테는 설명한다. 도멘 장테 팡시오의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 같은 화학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수확도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물조차도 인위적으로 대지 않을 정도다. 그는 “물을 찾아 더 깊이 파고든 포도나무 뿌리가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만든 와인이 복합미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알은 세 번의 엄격한 선별을 거친다. 일일이 손으로 온전한 포도알을 고르고 이물질은 철저히 걸러 낸다. 그의 할아버지 대부터 고수한 방식이다.
30헥타르(약 9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포도밭을 운영하는 그에게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밭이 위치한 부르고뉴 지역도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어서다. 봄철 서리 피해와 여름철 고온 현상이 특히 문제다. 올해는 3월에 30℃까지 올랐던 기온이 한달 만에 11℃까지 떨어졌다. 장테 CEO는 “예측할 수 없는 기온 변화로 나무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포도의 수분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어려운 변수들을 다 이겨낸 포도들로 만들다 보니 이전엔 없던 특성을 가진 와인이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장테 팡시오 와인의 국내 수입사는 신세계L&B다. 한국에 진출한 지는 약 10년. 매년 높아진 한국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빠른 시장 성장세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이제는 와인 산지의 하나로 부르고뉴 지역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여러 모로 잠재력 있고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