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던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그리스 수준에 도달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 초반 3.03%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때 유럽 국채 위기의 중심에 섰던 그리스 국채와 같은 수준이다. 이는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내년 예산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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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앙투안 아르망 재무장관이 “내년 예산안에 대해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아르망 장관의 발언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7%로 하락했지만 지난 6월과 비교하면 40bp(1bp=0.01% 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유로 지역 국채 위기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골드만삭스 펀드매니저 니콜라스 시마르는 "바닥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국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조기 총선을 선언한 이후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정부 차입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날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 간 금리 차(프리미엄)도 87bp를 보이며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내년 5%까지 낮추기 위해 413억 유로(약 61조 원)의 지출을 절감하고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통해 193억 유로(약 28조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에 하원 내 좌파 연합은 정부의 사회 복지·공공 서비스 축소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며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NR)은 개인이나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레드라인'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불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국제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투자자들이 이미 프랑스 채권을 매각하고 다른 유럽 채권시장으로 전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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