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급여 진료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이른바 ‘혼합 진료’의 보험금 청구를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증이면서도 과잉 청구가 많은 항목 중심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으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다음 달 발표하는 ‘의료 개혁 2차 실행 방안’에 이를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앞으로 혼합 진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민간 보험사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지침을 통해 실손보험 약관에 혼합 진료 때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넣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병원에서 환자가 급여 진료 항목인 물리 치료를 받으면서 비급여 항목인 도수 치료를 동시에 받으면 진료비를 전액 환자 본인이 내야 한다.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의료비 지출 규모가 큰 주요 비급여 항목들을 ‘관리 급여’로 지정해 환자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진료 등에 대해 임시로 건보를 적용하되 본인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별 급여’ 항목에 이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본인 부담금 비율을 최대 95%까지 크게 높이고 건보 적용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연간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5조 65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비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수 치료 등 일부 비급여 행위가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 진료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개혁특위에서도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선을 의료 개혁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중점 논의해왔다. 산하 소위원회를 꾸려 공정한 보상 체계 확립과 적정한 의료 이용·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현재까지 7~8차례 이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검토안대로 진행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비급여 통제 정책’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의협은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해 의료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혼합 진료를 금지할 경우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현재 급여 진료 인프라 붕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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