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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6년, 여전한 입법공백… "현장 혼란 가중, 법적 보호돼야"

임신중지 이유는 32.7% "경제적 어려움"

합법과 불법 경계 속에 사각지대 노출돼

'미프진' 등 유산유도제 국내 도입 요구도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입법공백해소를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6년이 지났지만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의료현장과 여성들은 입법 공백 상태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프진’ 등 자연유산유도제는 입법 공백 속에 여전히 국내에서 품목허가가 안 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와 여성단체들이 토론회를 열어 인공임신중지에 대해 조속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입법공백해소를 위한 인공임신중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장은 임신중단을 경험했거나 고려 중인 19~49세 여성 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법공백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1.4%가 임신중단을 경험했으며 이 중 75.2%가 수술을 택했다. 임신중단 사유는 ‘경제적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32.7%) 등 대부분 사회경제적 이유였다. 이들은 대부분 임신중단 관련 정보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청소년,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지역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분이 많다”며 “이분들에게 필요한 상담 등 관련 공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낙태를 원해도 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인 의료정보 제공체계 구축, 법적 보호 장치 마련, 비용 부담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인구정책 및 법률 전문가, 산부인과 전문의 등 400명을 대상으로 임신중지 주수, 숙려기간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중지를 허용할 수 있는 주수로 여성 응답자는 10주(33%), 언제든 요청시(24%), 14주(22%)를, 남성 응답자는 14주(30.3%), 10주(24.5%)를 각각 꼽았다. 임신중지를 결정하기 위한 숙려기간으로는 여성은 7일 이내(41.3%), 남성은 1~3일(36.2%)를 가장 많이 제시했다. 그는 “허용 임신 주수, 숙려 기간 등 주요 쟁점과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입법 공백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매우 가중되고 있다. 법적 기준이 없어 낙태 시술을 할 때 의료법을 위반하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질까 봐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입법 미비로 제도적 뒷받침이 부재한 탓에 여성들이 비공식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경로로 낙태를 시도하고 있”"고 우려했다.

헌재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대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낙태죄 조항의 효력만 상실된 채 법적 공백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자연유산유도제 관련 입법 공백으로 여성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자연유산 유도제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자연유산 유도제를 도입하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 방문에 따른 차별과 낙인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낙태를 줄이려면 여성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진료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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