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과 서울교통공사노조가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 가운데, 노조의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를 두고 노사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태업’이라는 단어를 쓰자 노조가 ‘준법투쟁’이라고 반박하는 동안 시민 불편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평소보다 안전수칙을 상당 수준 엄격하게 지키거나 승하차 승객 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열차 지연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17일 코레일은 안전안내문자를 보내고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전동열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철도노조 측은 “오히려 회사가 적용한 규칙을 확실히 지키고 있다”며 ‘준법투쟁’임을 주장했다.
노사가 단어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어감의 차이도 있지만,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단체행동의 ‘쟁의행위’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쟁의행위는 정당성 요건을 갖춰야만 면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6항은 태업을 쟁의행위로 명시한다. 그러나 ‘준법투쟁’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아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학계에서도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부분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하철이나 철도의 경우 안전수칙 등을 과하게 준수하면 지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승객 불편도 높아지는데, 이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행위”라며 “노동법상 절차적, 목적 정당성을 가져야 이뤄지는 태업과 마찬가지로 준법투쟁 또한 낮은 수준의 쟁의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태업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준법투쟁은 법 규정을 지키기 때문에 노조법상의 정의와 개념상에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며 “평소에 규정을 위반하면서 운행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규정에 맞도록 운행하는 준법투쟁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사가 태업이냐 준법투쟁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동안 열차 정시율은 평시 100%에서 96%로 떨어지는 등 시민의 불편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20일 운행한 열차 3189대 중 125대가 20분 이상 지연됐다. 이에 출퇴근 시간에 일부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몰리는 현상도 빚어졌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급 2.5% 인상 등을 요구하며 내달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서교공노조 또한 내달 6일 총파업을 예고해놓은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