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100일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가지 공약으로 내놓은 것들을 일사천리로 굉장히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사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통상 쪽에서는 소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 내지 20%의 보편관세를, 중국을 상대로 특별관세 60%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가장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선거를 보더라도 공약을 글자 그대로 하는 데는 없다. 실현 가능하게 수정을 해가면서 밀어붙일 텐데 한국이 (보편관세) 예외를 인정받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 전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지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을 대상으로 (보편관세가) 언제부터 시행될 텐데,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가져올 경우 협상할 수 있다는 식의 엄포를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에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생각해보면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데, 조선이나 방산 분야에 최대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하면서 한미 간의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 협상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444억 달러에 달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려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 확대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여 전 본부장은 “한미 FTA 이후에 한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이 호주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며 “한국이 미국에서 큰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IPEF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2.0’으로 지칭하면서 바로 폐기하겠다고 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빠지더라도 일본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 계속 살려나가는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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