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남 등 한반도 남부 지역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국산 망고·바나나 등 열대 과일 재배가 활성화되고 있다. 열대 과일을 시험적으로 재배했던 농가는 내수 공급을 넘어서 싱가포르·베트남 등 열대 과일의 친정으로 역수출까지 나섰다. 배·딸기·포도 등 토종 과일뿐 아니라 외래 과일을 토착화해 수출 전선을 넓히는 ‘역발상 전략’이 과수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바나나는 올 들어 9월까지 총 18톤, 약 5만 9000달러(약 8250만 원)어치가 수출됐다. 이 중 러시아로의 수출액은 지난해 1만 9000달러에서 올 들어 9월까지 4만 5000달러로 2.4배 증가했다. 국내 기후 여건에서는 재배가 어렵다고 평가됐던 망고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해남 등을 고향으로 한 국산 망고는 홍콩·몽골·영국·싱가포르·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수출액은 4만 2000달러 수준이다. 국산 키위 또한 수출액이 2022년 122만 1000달러에서 지난해 193만 6000달러로 58.6% 증가했다.
열대 과일 수출이 태동하게 된 것은 지구온난화로 재배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열대 과일의 재배지 역시 북상하게 됐다. 기존에는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만 가능하던 열대 과일 재배가 남부 지역 전역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망고·바나나·용과·패션프루트 등 4대 열대 과일 재배 농가는 2015년(146가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607가구로 집계됐다. 재배 면적 역시 2015년 56㏊에서 지난해 183㏊로 226.8% 확대됐다. 농경연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라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경영체 수와 재배 면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용과 재배 농가는 2015년보다 8배가량 늘어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열대 과일 재배 농가의 확산에 맞춰 수출 유통 경로도 넓히고 있다. 망고·바나나 등 현재 재배 중인 주요 열대 과일의 국외 수출 유통 경로는 한 곳 이상 확보된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국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검역 협상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한국·베트남 식물 검역 양자 회의를 통해 국산 참외·멜론 수출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호주와는 국산 참외·멜론 수출 검역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판로가 추가 확보된 것이다. 또 중국과 국산 단감 수출 검역 협상, 베트남과 온주밀감·키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연말부터 국산 멜론의 베트남 수출이 개시되면 수출 규모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며 “국산 농식품에 대해 20개국에서 204건의 수출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열대 과일 수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농업의 개방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품목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데 비해 농업 부문의 개방도가 낮아 주요 선진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바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국내 농업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개방도는 2000년 0.4에서 2022년 2.06으로 상승했다. 무역 개방도는 주로 GDP 대비 수출입 비율로 산출되며 1을 초과할 경우 해당 산업의 교역액이 같은 산업 GDP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과일 등 농산물의 해외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농업 부문의 개방도가 확연히 올라갔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농업 부문 개방도는 전체 산업 무역 개방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