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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우리사주에 자사주 처분하려 이사회 소집…MBK “배임” 반발 [시그널]

의결권 살리려 1.4% 자사주 처분 가능성↑

시가 4470억 규모, 매입 여력 떨어져

무상 혹은 저가 매각시 배임행위 우려

영풍·MBK 임시주총 소집 응할지도 관심

반도체 황산 품질 우려 놓고 양측 공방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달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 방어 대책을 논의한다. 현재 보유 중인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업무상 배임 이슈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영풍·MBK파트너스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응할지도 관심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30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통상 이사회 개최 시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 관련이라고만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은 전달하지 않았다.

주목되는 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지 여부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영풍·MBK와의 지분율 격차가 약 3%포인트여서 약간의 지분이라도 아쉬운 처지다. 1.4% 의결권이 더해진다면 MBK 측과의 차이는 약 1%포인트로 좁혀진다.

고려아연은 올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28만 9703주(1.4%)에 관한 신탁 기간 만기가 11월 8일로 임박해 있다. 최근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함으로써 내년 4월까지로 보유 기간이 연장된다는 유권해석도 있지만 우리사주에 정리하는 건 예외로 인정된다. 공개매수를 통해 산 자사주(9.85%)와 별도로 기존에 진행했던 1.0% 자사주 취득은 현재 매입 절차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다만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에 처분한다면 취득할 때 이사회가 결의한 ‘주식 소각(1000억 원) 및 임직원 평가 보상(500억 원)’이라는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사주가 매입하기에는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있는 상태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이날 종가 기준 시가 약 447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18.60% 상승한 154만 3000원을 기록해 연일 신고가를 찍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무상 또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처분한다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2004년 신한종금 사례에서 주주 간의 지분 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MBK 측은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에서는 영풍·MBK가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이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 설득 등을 통해 임시 주총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곧장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풍·MBK는 법원에 임시 주총 개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두 달 정도 후에 열릴 수 있다.

한편 연간 140만 톤의 황산을 생산해 공급 중인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황산 품질 유지에 우려하면서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 염려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 발생 시 반도체 생산 및 품질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한 반도체 고객사가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이달 중순 고려아연 공장 내 정전 사고로 인한 자체적인 공정상 문제였고 통상적으로 품질 유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이었다”며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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