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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사회 여는 고려아연, 1.4% 자사주 우리사주에 넘기나 [시그널]

의결권 살리려 자사주 처분 가능성↑

시가 3700억 규모, 매입 여력 떨어져

무상 혹은 저가 매각시 배임행위 우려

영풍·MBK 임시주총 소집 응할지 관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010130)이 30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다. 영풍·MBK파트너스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응할지 여부와 보유 중인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서는 업무상 배임 이슈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0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통상 이사회 개최시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 관련이라고만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은 전달하지 않았다.

우선 영풍·MBK가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풍·MBK는 법원에 임시 주총 개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2달 정도 후에 열릴 수 있다. MBK측은 지난 28일 신규 이사 14명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발송했다.

주목되는 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지 여부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8일자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28만9703주(1.4%)에 관한 신탁기간 만기가 오는 11월 8일로 임박해 있다. 당시 이사회는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는 목적을 명시했으나, 의결권을 살리기 위해 우리사주에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최 회장 측과 MBK측은 지분율이 약 3%포인트 차이여서 조금의 지분이라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1.4% 의결권이 더해진다면 MBK측과의 차이는 약 1%포인트로 좁혀진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에 처분한다면, 취득할 때 이사회가 결의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 보상’이라는 목적에도 어긋난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지난 28일 종가기준 시가 약 3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 규모이다. 우리사주가 매입하기에는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공개매수로 약 1조8000억 원의 부담을 회사에 안긴 지 불과 몇 일 만에 다시 3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에 넘긴다는 것은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과 피해를 안기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무상 또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처분한다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지난 2004년 신한종금 사례에서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MBK 관계자는 “이사회가 우리사주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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