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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해수위에 등장한 특산품 [기자의눈]

조윤진 경제부 기자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만의 독특한 광경이 있다. 타 상임위는 질의에 앞서 “○○○구 갑 아무개 의원입니다”라고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하는데 농해수위 의원들은 “△△과 ⅩⅩ가 유명한 고장의 아무개 의원입니다”라며 각자 자신의 지역구 특산물을 홍보하는 식이다. 1분 1초가 소중한 국감 질의 시간에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지역구 의원들이 매년 이 발언을 반복한다. 몇 해 전에는 자신의 지역구 특산품을 직접 국감장에 들고 와 질의 대신 “많이들 알아주세요”라고 홍보하는 모 의원도 있었다.

‘지역구 특산품 홍보에 이만큼 진심이구나’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 농해수위 국감 및 전체회의 결과는 이 같은 의원들의 ‘진의’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이상고온·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유례없이 치솟은 한 해였지만 22대 국회 농해수위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파행 및 야당 단독 의결로 시작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양곡관리법을 필두로 한 정쟁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법 제정안과 같은 농산물 유통 구조 혁신에 필요한 법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이달 국감도 마찬가지다. 날카로운 지적보다는 ‘잘 관리해야 한다’ ‘본 의원이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등 추상적인 지적만 이어졌다. 국감장에 등장하는 ‘퍼포먼스’보다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 값비싼 고랭지 배추 등에 대한 눈에 띄는 질의는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올해 농해수위 국감을 본 국민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 특산품 홍보와 퍼포먼스뿐이니 기후변화에 대응해 식량 안보를 강화할 의지가 정말로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국회는 식량 안보와 관련된 예산을 면밀히 살펴 장기적으로 필요한 예산이 근시안적인 평가에 가려 감축되지는 않았는지, 농산물 할인 지원과 같이 가격이 치솟으면 재정을 투입하는 식의 단기적인 사업에만 재정이 쏠리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기후변화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농해수위 의원들의 ‘특산물 소개’도 결국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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