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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다 갚았는데…만기 남았다고 8조 더 내라니

■은행 공적자금 추가상환 논란

정부와 약정한 예보채기금 20조

은행권 내년에 모두 상환하지만

납부기한 3년 남아 금액 더 물려

일각 "年 수조원 걷어간다" 비판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은행에서 받는 돈이 3년간 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부담하기로 한 비용을 다 갚았는데도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매년 수조 원의 준조세를 걷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최근 제출했다. 계획에 따르면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에서 공공자금관리기금(공공기금 여유 자금을 모아둔 것)으로 전출되는 금액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총 14조 2200억 원에 달한다. 은행권이 직접 부담한 금액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금융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융통한 금액이 각각 8조 원, 6조 원가량이다.

예보채상환기금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2002년 신설한 기금이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수습할 당시 구조조정 비용을 69조 원으로 예상하고 이 중 은행이 분담 가능한 최대 비용을 20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이 2027년까지 매년 예금 잔액의 0.1%를 예보채상환기금에 채워 넣도록 법률로 규정했다.



공자기금 전출금이 논란이 되는 까닭은 은행권이 내년이면 약정한 금액을 모두 상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보다 3년이나 앞서 20조 원을 모두 갚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상환 이후라도 은행에 부담금을 계속 걷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확보한 연간 수조 원의 여윳돈을 나라 곳간에 채워 넣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 2027년까지 비용을 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부담금을 더 걷는 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조 원 환수’라는 법 도입 목적을 달성했는데 명목상 납부 기한이 남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더 물리는 것은 지나친 형식 논리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 내에서는 구조조정 비용을 산정할 당시 ‘은행권이 가능한 최대한의 비용을 분담한다’는 게 원칙이었던 만큼 20조 원을 다 상환하더라도 은행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조조정 자금 마련 당시 가장 큰 원칙은 ‘민간이 최대한 부담을 지고 나머지 몫을 정부가 보조한다’는 것이었다”며 “당장 죽겠으니 살려달라고 하다가 상황이 달라지니 떼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투입된 실제 비용에 따라 민관이 분담할 부분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은행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게 적절한지, 부담해야 한다면 은행의 경영 상황에 비춰 어느 정도를 더 내는 게 적정한지 등을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초과 부담하는 몫이 있다면 납부 금액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약정 기한을 전보다 앞당기는 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예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은행 입장에서 바라보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대목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정부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려 해도 공연히 ‘은행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아 약정 기한인 2027년이 돼서야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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