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최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탄소 중립 관련 연구개발(R&D)에 세제 혜택을 줘 기업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창섭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와 전홍민 성신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달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열린 ‘2024년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2030년 기준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기본 시나리오 기준 약 1조 1200억 원, 많게는 1조 7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CBAM은 EU가 역외 수출 기업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과 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력 등 6개 품목이 대상이며 EU는 대상 품목 수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BAM 대상 중소기업은 1358개로 이 가운데 73.5%가 EU에 수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80% 가까운 업체들이 CBAM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다. 전 교수는 “온실가스 관련 혁신 기술 R&D에 대해 직접 공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합리화하기 위해 공제액을 물가와 연동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는 “상속·증여세 과표와 공제 한도를 정할 때 물가를 연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배우자 간의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전액 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과세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세에서 일반 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 단일 세율 체계를 고려하고 실효성 없는 조세지출 항목은 간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생·고령화에 맞춰 조세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강민수 국세청장은 축사를 통해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조세 행정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는 부가가치세 증세가 보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부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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