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 조짐이고 중국은 부양책에도 강력한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 결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릭 놀랜드(사진) CME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국 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침체와 미 대선과 맞물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앞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놀랜드 수석은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 위기가 가려져 있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불안 양상 때문이다. 놀랜드 수석은 우선 미국 경제가 가계의 재정 압박으로 소비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고 침체의 전조 지표인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도 장기간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예금 감소와 임대료, 자동차 수리비, 보험료 등의 증가로 굉장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미국 시카고에 소재한 CME그룹은 북미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로 현재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뉴욕상업거래소(NYMEX), 뉴욕상품거래소(COMEX) 등 4개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놀랜드 수석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1981년부터 올해까지 43년간 총 6차례의 금리 인상기(긴축 사이클)를 거치며 4번의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경기가 연착륙했던 두 번은 금리 인상 폭이 300~325bp(1bp=0.01%)에 그쳤지만 이번 금리 인상기는 역대 최고 수준인 525bp나 급등해 과거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2년 넘게 역전됐던 장단기 국채금리 차도 경기 침체 우려 요인이다.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실제 앞서 금리 인상기 종료 이후 찾아온 4차례의 경기 침체 모두 직전까지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놀랜드 수석은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후 10개월에서 17개월 내 침체가 찾아왔다”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짚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본 사례로 봤을 때 앞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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