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공개매수 주관사를 복수로 선정한 데는 상대적으로 투자자 접근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풍·MBK파트너스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양측의 조건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편리한 온라인 청약을 택하기 쉽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이 같아도 기간·편의성·물량·세금 등에서 영풍·MBK파트너스에 불리했는데 동등한 조건을 하나 맞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으로서는 다양한 증권사 연합군과 손잡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인캐피털에 4000억 원의 브리지론을 제공했고 하나증권은 영풍정밀(036560) 공개매수 주관과 함께 800억 원의 브리지론을 지원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6.5%의 금리로 고려아연 1조 원의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달 고려아연이 기업어음(CP) 2000억 원을 발행할 때 도움을 줬다. 이번 공개매수 주관을 계기로 추가 자금 소요가 있을 때 브리지론 등의 대출을 KB증권이 나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주관사 수에 별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KB증권과의 협의에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있으면 주주 평등의 원칙에 부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져야 하는데 공개매수 청약을 몰라서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감독 당국의 우려이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올 8월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도입했고 영업점도 전국에 63곳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KB증권은 2년 전 한일네트웍스 공개매수를 주관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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