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실적 발표나 컨퍼런스에서 AI를 언급하기만 해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화답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AI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은 AI 고점 논란에 미국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흔들리고 있다.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상승세도 올 상반기 대비 주춤해지며 투자자들이 좀체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 상반기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취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AI 기업에 대해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은 수익성이 없는 AI 관련 기업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소형주가 랠리를 펼치는 동안 대형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어진 대형 테크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 시즌에서도 대규모의 순환매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시장은 단순 AI 기업이 아닌 그중에서도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원하고 있다.
과거 대비 AI 군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AI 관련 기업들의 수익 창출 여부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AI에 대한 투자 부족이 과잉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대규모 자본 지출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였던 애플, 엔비디아 등 메가캡(초대형 기업)의 총지출이 올해는 2300억 달러(약 302조 원)로 급증했다.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미국 테크 기업들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 창출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AI 이외의 다른 섹터들을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한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매그니피센트7(M7)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 집중 현상으로 인해 다른 섹터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시장의 집중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정상화 과정을 거쳐왔다. 이미 M7 그룹 내에서도 실적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 M7과 다른 주식들 사이 수익 성장률 격차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 급락처럼 미국 빅테크들이 조정을 겪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AI는 여전히 유망하지만 유일한 성장 동력은 아니다. 조정이 찾아오면 그동안 견고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외됐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의 우량 기업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여전히 혁신을 이끌어갈 매력적인 기술임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상황이 AI 열풍 속에서 일시적인 변동인지, 아니면 자금이 더 넓은 시장으로 이동하는 순환매의 시작인지 판단하는 것 역시 쉽진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모든 AI 종목을 보유하려는 전략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지금, 투자자들은 보다 냉철하고 넓은 시야를 갖추고 선별적인 투자 전략을 취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