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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원전건설에 낙수효과 기대…국회, 고준위법 통과를”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 가보니

13일부터 본관 기초 굴착 작업 착수

울진군·한울본부와 지역상생협력 체결

누적 고용창출 736만명…2.1조 법정지원

한국수력원자력 한울본부의 돔 지붕을 얹은 원자력발전소들과 송전탑들이 늘어서 있다. 유현욱 기자




20일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정문에서 차로 7분 거리인 남쪽 끝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에는 이른 시간부터 크고작은 포크레인 예닐곱 대들와 덤프 트럭들이 분주하게 흙을 퍼나르고 있었다. 13일 무재해 안전다짐대회와 함께 시작한 본관 기초 굴착 공사는 가랑비는 문제없다는듯 한창이었다. 신한울 3호기와 4호기의 심장 격인 원자로가 놓일 지점에는 붉은 깃발과 파란 깃발이 하나씩 꽂혀 있었다. 서용관 한수원 신한울제2건설소장은 “신한울 1·2호기를 지을 때 쌓아놓은 엄청난 양(380만 톤)의 토사 중 70만 톤을 옮겼는데, 앞으로 굴착하면서 비슷한 양을 더 파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 부지의 모습. 사진 제공=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8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허가를 내준 지 일주일이 지난 19일부터 1박2일간 울진군에서 머무르면서 만난 한수원 임직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 거의 모두는 이번 결정에 반색했다. 울진군 후포면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윤기(65) 씨는 “만시지탄이나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 소식에 온동네가 들떠있다”며 “나도 처음에는 원전 건설을 반대했었지만 원전의 안전성을 두 눈으로 확인한 뒤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관련 지역사회단체인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지난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거리에 나앉게 된 군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요식업체와 숙박업소들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일부 군민들은 막대한 사비를 들여 개보수를 했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의 한 야산에서 불길이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씨를 비롯한 울진범국민대책위는 2022년 3월 울진을 덮친 산불이 원전 지근거리까지 번지자, 버선발로 뛰쳐나와 진압활동에 앞장선 바 있다. 그는 “울진군민들이 국가의 에너지정책을 떠받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면서 “전체 군민들의 의견을 따져봐야겠지만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신한울 3·4호기에 이은 추가 원전 유치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올 5월 말 2038년까지 대형 원전 최대 3기, 실증용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권고했다. 울진군 북면에서 유통업체를 운영 중인 오희열(50) 씨는 “계속운전이든, 신규원전이든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중간·영구처분시설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는 고준위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울진군이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임을 감안해 재난대피소 신축과 교통망 확충 등도 주문했다. 국내 가동 원전 ⅓이 몰려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지방소멸 위기 속 울진군에 새로운 활력이 될 전망이다. 한울본부장 출신인 손병복(사진) 울진군수는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 울진군이 한수원 한울본부, 주설비 시공사(현대건설 컨소시엄)와 원전 건설사업 최초로 지역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며 “지역 업체의 건설공사 참여와 지역 주민의 고용기회 마련, 관내 자재, 건설 현장 투입 등을 분기별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신달원 현대건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 대표소장은 “국내외 원전 34기 중 30기를 건설한 풍부한 경험과 그간 축적된 기술 및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울진 지역의 동반성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울진군 북면에서 철물점을 하는 전시몬(39) 씨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연간 수억 원대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면서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착공 소식을 가장 반기는 것은 원자력 엔지니어가 꿈인 학생들이다. 울진에는 국내 유일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교가 자리해 있다. 2016년 첫 졸업생을 배출할 당시 한수원에 18명, 한국전력에 3명이나 취업했었다. 한동안 취업 명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지만 탈원전 정책 탓에 점차 원전 관련 일자리가 줄더니 입학 정원 미달 사태를 겪기도 했다.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은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돼야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며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적잖은 졸업생들이 탈원전 여파로 원자력 엔지니어의 꿈을 접어야 했다. 권오석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사는 신한울 3·4호기 착공에 대해 “학생들의 진로 설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희소식”이라며 “공기업 선호 현상과 전력그룹사의 채용 규모 축소로 정체했던 취업률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 상생협력 사무실 전경. 유현욱 기자


2032년,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신한울 3·4호기는 본관 기초 굴착 작업이 끝나는대로 최초 콘크리트 타설→원자로 설치→상온수압실험→고온기능실험→핵연료장전 등을 진행한다. 완공까지 누적 고용창출 규모는 736만 명에 달한다. 총 사업비는 11조 6804억 원이다.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이세용 한수원 한울본부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 “8년 정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이다 보니 날씨하고는 큰 관련 없이 공정별로 협력사·시공사 그리고 기자재 공급사들이 적기에 잘 발주하고 설치하느냐가 공기를 맞추는 데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건설 및 운영기간 지역에 2조 원대의 법정 지원금을 제공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울본부는 현재 울진군 전체 세수의 70% 이상을 부담하는 데다 영화상영, 음악회 개최 등 지역 내 문화생활까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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