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도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가 대세로 떠오르며 탑텐, 스파오 등 토종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등 해외 SPA 브랜드에 밀리던 토종 브랜드들은 애슬레저, 키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매출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005390)이 운영하는 탑텐은 올 들어 8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탑텐은 지난해 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SPA 브랜드는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탑텐이 ‘1조 클럽’에 가입이 유력한 것은 전 연령대를 공략하는 ‘에이지리스’ 전략 덕분이다. 탑텐은 대표 아이템인 메리노 울,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며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했다. 올 들어서는 에센셜 라인과 여성 물량을 늘려 2017년 38%였던 여성 라인 비중을 52%까지 확대했다. 애슬레저 라인인 ‘밸런스’와 키즈를 위한 ‘탑텐 베이비’를 선보이며 전 연령대가 입는 ‘에이지리스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매장도 꾸준히 늘리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는 해외 SPA 브랜드와는 대조적이다. 탑텐은 상반기 기준 650개의 매장을 확보한 데 이어 연말까지 735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교외형, 도심형 매장 출점을 늘리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대형 평수의 매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의 경우 올 들어 8월까지 매출 신장률이 25%로 집계됐다. 매장 수도 지난해 108개에서 올해 말 1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파오 역시 ‘에이지리스 베이직’으로 키즈, 1020세대, 3040세대 등 온 가족이 입을 수 있는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높은 가성비의 아우터 및 베이직 아이템 등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오프라인 매장도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상권 특화형 쇼핑센터(NSC) 매장과 로드샵 매장 등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또 다른 SPA 브랜드 미쏘는 지난해 매출 1400억 원에서 올해 15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반기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컬렉션 뿐 아니라 높은 가성비의 프리미엄 라인 ‘아카이브M’ 컬렉션을 출시해 디자인, 가격까지 한 번에 잡을 방침이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 들어 8월까지 10%대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매장은 3년 만에 14개가 늘어난 77개다. 에잇세컨즈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리뉴얼을 하고 있으며 해외 관광객 빈도가 높은 상권에 신규로 유통망을 확장할 예정이다. K팝, K캐릭터 등을 접목해 상호 팬덤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에잇세컨즈는 이번 시즌 JYP엔터테인먼트의 첫 남성 밴드인 ‘데이식스(DAY6)'와 브랜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토종 SPA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넓히며 전 연령대가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비해 높은 퀄리티 뿐 아니라 애슬레저, 키즈 라인 등 다양한 카테고리 등을 확보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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