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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러시아보다 수익률 낮다…'금투세發 대탈출' 시작

◆ 불확실성에 자금유출 심화

올들어 코스피 -3%·코스닥 -15%

블랙먼데이 이후 회복세도 더뎌

30억 이상 자산가 국내 주식 외면

금투세 도입땐 500조 이탈 전망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올 들어 한국 증시의 수익률이 전쟁 중인 러시아 증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부터 이어진 글로벌 증시 급락장에서 주요 지수 대비 현저히 낮은 회복력을 보이며 국장 탈출 흐름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증시의 약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는 한 밸류업이 아닌 밸류다운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39%(이달 13일 기준, 해외 증시는 17일 기준)로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RTS(-11.78%)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43개의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코스닥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국의 선전종합지수(-16.18%)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17.42%, 대만 자취엔지수는 21.86%를 각각 기록했다.
코스피지수(-3.01%)도 마이너스 신세인 것은 매한가지다. 사실상 국내 증시의 수익률이 전 세계 꼴찌다.

더 갑갑한 것은 지난달 5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장(블랙먼데이)을 기록한 후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하락분을 만회했지만 코스피 수익률은 -3.76%(13일 기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외국인 등 큰손 투자자의 이탈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런 매도세를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요인으로 꼽는다. 증세 효과는 미미하고 자금 이탈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대로면 증시 부진에 거래대금 급감, 금투세 땜질 보완 등으로 세수가 확대되기는커녕 자본시장만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홍석 미래에셋증권(006800) 대치WM 선임매니저는 “최근 고액 자산가들이 자금을 빼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투세 엑소더스 시작됐다…'큰손' 해외주식 50% 급증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에 의뢰해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손’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NH투자증권(005940)의 30억 원 이상 자산가 2014명의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8609억 원(12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5925억 원) 대비 4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100만 원 이상 잔액을 보유한 개인 고객 전체의 해외 주식 증가율이 29.0%인 점을 감안하면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탈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KB증권 역시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해외 주식 투자금이 지난해 말 대비 올 8월 말 50% 넘게 늘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금융산업실장)은 “금투세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의 탈한국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금투세 도입으로 약 300조~500조 원의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8월 5일 코스피지수가 8.77% 급락했던 ‘블랙 먼데이’ 이후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이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수뿐만 아니라 대기 자금, 거래 대금 등 각종 지표는 한국 증시의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투자 실탄을 의미하는 투자 예탁금만 해도 51조 1531억 원(금융투자협회 9월 12일 기준)으로 지난달 5일 59조 4876억 원보다 8조 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 역시 이달 9조 2290억 원으로 8월 10조 6158억 원, 7월 12조 337억 원과 비교해 급감했다.

인공지능(AI) 기대감을 등에 업고 국내 반도체·전력 설비 등 종목을 중심으로 연일 매수세를 퍼붓던 외국인도 재빠르게 짐을 싸고 있다. 코스피에서 2월 7조 7923억 원, 3월 4조 4196억 원, 4월 3조 3727억 원, 6월 4조 6111억 원어치를 사들이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13일까지 총 4조 8203억 원을 순매도했다. 8월에도 2조 8005억 원어치를 팔아치워 추세대로라면 이달 역대 최대 순매도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투세 도입을 논의한 2021년과 현재 산업 환경이 180도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지수가 3300을 넘어섰던 2021년에는 개인투자자들은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킬 정도로 국내 증시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올해 코스피는 지난해 말 종가 대비 되레 3.54%(13일 기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17.98%, 18.99% 올랐다. 무엇보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미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팬데믹 때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주식은 많이 떨어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된 이들이 크게 늘었다”며 “3년 전에는 국가 간 산업 경쟁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대 아마존·구글·애플’로 플랫폼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챗GPT가 나오고서부터는 투자자들의 온 관심이 AI로 쏠리면서 미국으로 투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퀀텀 컴퓨팅, 의료용 AI,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등 AI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창업과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양쪽 모두 중국을 견제하고 AI·바이오·국방·우주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투자 지원 강화’의 입장이라 반도체 패권마저 한국·일본·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 주식과 부동산으로 더욱 몰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고점을 지나가는 현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자본 조달 기능마저 사라지게 되면 대기업의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창업 유인도 떨어져 국가 경제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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