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350억 원 규모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금융의 대응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차 직격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회장 관련 대출이 이뤄지고 부실까지 이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현 경영진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소위 ‘끼리끼리’ 문화, ‘나눠먹기’ 문화가 상대적으로 팽배하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임에도 개혁 의지가 없는 듯하다”며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최근의 경영진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것이 맞다”면서도 “잘못된 운영이 결국 부실을 만들 수 있고 관계지향적인 운영이 수익성과 건전성에 리스크를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달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현 경영진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법상 할 수 있는 권한들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감독 당국에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므로 누군가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건과 관련해서도 당국과의 소통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보험사 인수가 영업 확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는 은행과 다른 면이 있어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인허가 문제도 있지만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했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다음 달로 앞당겨 진행하는 것도 이런 부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정기 검사는 2~3년 안에 진행해야 하는데 내년 초 검사를 나갈 경우 3년이 넘어가게 되므로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며 “문제를 꼭 적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불거진 리스크도 있고 합병 과정 등에서도 다양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전체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