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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싱가포르와 공급망협정 체결 추진

체결땐 금융 네트워크 주로 이용

호주 등 체결국 5~6곳 확대 계획

필리핀과 FTA 조속 비준 논의도

안덕근(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자카르타의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부




다음 달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싱가포르와 첫 양자 공급망 협정(SCPA)을 체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OTRA는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다음 달 6~9일 필리핀과 싱가포르 등을 순방하는 경제사절단을 모집하고 있다. 순방 기간 비즈니스 포럼과 각종 양해각서(MOU) 체결식, 투자 상담회 등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이 기간에 아세안 지역의 중심인 싱가포르와 1호 SCPA를 체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SCPA는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통상정책 로드맵 가운데 하나로, 신속한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양자 파트너십이다. 교역 및 산업구조, 투자 환경 등을 고려해 맞춤형 공급망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급망 교란에 대비해 준비와 복원·복구 등 3대 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핫라인 구축과 취약 품목에 대한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뼈대다.



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과 같은 다자간 협약과 함께 연내 양자 공급망 협정을 성사시켜 다층적인 공급망 구조를 만들 방침이다. 첫 타자로 싱가포르가 낙점된 것은 양국이 2022년 11월 디지털동반자협정(DPA)에 정식 서명하고 디지털 통상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싱가포르 SCPA 체결에 대해 “싱가포르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을 못 박기는 조심스럽지만 올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5~6개국으로 체결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 SCPA를 맺게 될 경우 천연자원보다는 금융이나 통상 네트워크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공급망만 따로 떼어내 협정을 맺는 경우는 없었는데 새로운 시도”라며 “싱가포르 내 천연자원을 직접 개발한다기보다는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본과 통상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필리핀과 FTA 비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필리핀 FTA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통상교섭본부장이던 지난해 9월 최종 타결돼 양국 정부 간 서명까지 이뤄졌지만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를 미루면서 정부의 비준 동의안이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비준 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하면서 22대 국회에서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한·필리핀 FTA 발효 시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수입관세 94.8%, 필리핀은 96.5%를 철폐하게 된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36억 달러(약 18조 2100억 원)에 달한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첫 양자 공급망 협정인 만큼 앞으로도 공급망 협정을 최대한 많이, 복합적으로 해두는 것이 좋다”면서도 “(공급망을 위해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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