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가 원전 계약 탈락 업체들의 이의 제기는 일반적인 행동이라며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체코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낸 행위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체코 정부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200명이 이를 검토했다고 밝혀 향후 본계약에 큰 문제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얀차렉 대사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우선협상 선정위원회는 법률과 경제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 200명에 의해 이미 평가됐다”며 “해당 위원회는 체코전력공사(CEZ)가 주도적으로 조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코전력공사 측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해당 평가 문서를 제공하고, 체코 산업부에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얀차렉 대사는 “계약에서 탈락한 입찰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특히 이번 경우에는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공공 입찰 중 하나”라고 전했다. 체코 정부가 진행하는 공공 입찰인 만큼 탈락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2기를 포함한 최대 4기 수주에 대해 자사만이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수출에 필요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체코 측에 항의했다. 프랑스전력공사(DEF)도 체코반독점사무소에 “공정거래와 투명성 원칙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가 내년 3월 신규 원전 본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분쟁에 관해서는 체코가 입찰 과정 전반에 걸쳐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입찰자인 한수원의 제안은 체코의 신규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가능한 부정적인 영향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재차 힘을 실어준 셈이다. 얀차렉 대사는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체코와 한수원 사이에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이 원전 4기를 모두 수주할 훌륭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체코전력공사의 라디슬라프 크리츠 대변인 역시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 최대한 잡음을 일으켜 한수원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에 충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중장기 원전 산업 로드맵에 국내 원전 산업의 매출과 고용 창출 목표를 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2050 원전 로드맵 수립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자력계 산학연 전문가 16명이 참석해 로드맵 목표와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2022년 원전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25조 4234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8%를 차지했다. 원전 산업 전체 투자액은 9조 2968억 원, 전체 인력 규모는 3만 5649명이다. 이를 2050년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치를 세우고 달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F 위원들은 “세계적인 원전 활용 확대 추세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해외 원전 시장 규모가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기업들이 노형 설계와 기자재 제작, 시공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적극적인 투자와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TF의 의견을 반영해 △미래지향적 원전 정책 4.0 △소형모듈원전(SMR) 선도국 도약 전략 △원전 산업 펀더멘털 고도화 및 수출 산업화 전략 등을 로드맵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로드맵 수립과 더불어 ‘원전 산업 지원 특별법’의 제정안도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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