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기업(스팩) 처음으로 법무법인을 발기인으로 내세운 키움제9호스팩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법무법인이 최대주주인 스팩의 상장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금융 당국이 증권 신고서 정정을 요청한 것이다.
★본지 8월 16일자 19면 참조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키움제9호스팩에 “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정정 요청에 따라 기제출한 신고서의 효력은 정지된다.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기업은 3개월 이내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금감원이 공식적인 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고서 정정은 금감원이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에 자진 정정 방식을 권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최근 1년 사이 금감원의 신고서 정정 요구는 틸론, 디앤디파마텍(347850), 이엔셀(456070), 에이치이엠파마 등 네 차례뿐이었다. 이 중 틸론은 금감원의 잦은 정정 요청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금감원은 법무법인이 최대주주이자 발기인으로서 스팩 상장에 참여하는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법 제38조(겸직 제한) 제2항에 따르면 변호사는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으면 영리 행위가 가능하지만 법무법인은 해당 규정을 준용받지 않는다. 키움제9호스팩의 발기인은 법무법인 올흔으로 회사 지분 92.6%를 보유하고 있다. 법무법인이 스팩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리 행위와 관련해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겸직 금지 예외는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대한변호사협회 의견서가 있었다”며 “해당 내용과 관련해 신고서 보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헌법재판소도 한 법무법인이 휴게 음식점 영업을 위해 겸직 신청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일각에서는 이번 신고서 정정 요청을 놓고 금감원이 키움제9호스팩의 상장이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키움증권(039490)은 신고서 정정부터 발기인 교체까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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