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화두 중 하나는 환율과 주가 간 관계다. 2022년까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는 원화가 강세일 때 주가가 상승하는 마이너스 관계가 강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원·달러와 코스피간 관계가 원화가 약세일 때 주가가 오르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일간 상관계수를 보면 2023년 이후 원·달러와 코스피 상관계수는 서서히 플러스로 반전됐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미 수출 비중(18.9%, 12개월 누적)이 대중 수출 비중(19.4%)에 거의 육박했기 때문이다. 원·달러와 대미 수출 비중 간 상관관계 변화를 보면 2021년 이후 점차 플러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공급망 재편이 나타난 결과다.
2018~2019년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분쟁으로 시작된 공급망 재편은 코로나19와 2021년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거치면서 본격화되었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을 통해 남미(라틴),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멕시코)에 직접투자를 통해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높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직접투자는 중국에서 벗어나 미국과 일부 아세안(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집중했다. 공급망에 있어 한국은 미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미국에 비해 미국 이외 국가들의 경제기초 여건이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을 때는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늘었다. 이제 달라졌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과 기업 이익에 있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 미국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강해 원화보다 미국 달러가 강할 때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원·달러 하락은 한국, 중국보다 미국 성장률이 약해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도 원·달러와 대중 수출 간에는 마이너스 관계가 성립한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날 때 원·달러는 하락했다(원화 강세). 반면 원·달러와 대미 수출 간에는 플러스 관계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호조일 때 원달러는 상승했다.
올해 원·달러 적정 수준이 달러당 1340~50원대로 예측했다. 지금보다 원화가 더 강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원·달러가 추가 하락(원화 강세, 미국 달러 약세)하는 경우에는 미국 모멘텀 둔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대미 수출주를 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해 1~8월 동안 원·달러가 상승할 때 기계·반도체 등 대미 수출 산업들이 강했다.
반면 원·달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7~8월 동안 조선·건강관리·은행·증권·통신 업종 주가가 강했다. 내수 관련 업종들이다. 원·달러 하락이 미국 모멘텀 둔화를 의미한다면 대미 수출주를 피하고, 내수 또는 대중 수출관련 업종을 선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달러 환율의 뒤바뀐 운명은 상반기 추세가 하반기에 재반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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