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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금융 DX 낙제점…"데이터 장벽이 신사업 발전 가로막아"[리빌딩 파이낸스]

[K금융, 테크 혁신 골든타임 잡아라]<상>디지털전환 막는 망 분리

금융사 성장 위한 최우선 과제로

경영진 33%, 디지털전환 꼽았지만

제도·인프라 등 여건 뒷받침 안돼

82% '망분리 완화범위 확대' 요구

비금융 신사업 규제완화 목소리도





평균 69.8점.

‘자사의 디지털 기술 도입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국내 50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디지털전략최고책임자(CDO)들이 매긴 점수다. 사실상 낙제점을 매긴 셈이다. 미국과 호주·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이 자산관리부터 내부감사까지 디지털 전환(DX)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금융사들은 내부와 외부 망을 엄격히 구분하는 망 분리 규제가 데이터 활용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신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설문 조사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 현황에 대한 자체 평가 결과 카드·캐피털사가 가장 높은 79점을 스스로에 부여했다. 금융지주도 77.5점을 줘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설계사 등 대면 영업 의존이 큰 보험이 63.1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은행이 65.8점, 저축은행은 평균 70점으로 스스로를 평가했다.

국내 금융사 경영진들은 금융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우선 과제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설문 대상 50명 가운데 디지털 전환을 꼽은 C 레벨이 33.3%에 달했으며 10명 가운데 3명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택했다. 아울러 응답자 50명 모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 경영진들은 금융업 안팎의 제도나 인프라 등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점을 디지털 전환의 장애물로 꼽았다.

실제로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것도 대부분 금융 당국의 규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망 분리 규제(38%)’였으며 2순위는 ‘디지털 전문인력 부족(26%)’, 3순위는 ‘신사업 막는 부수 업무 규정 등 당국 규제(26%)’였다. 순위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답변을 얻은 개선 사항 역시 ‘망 분리 규제(27.3%)’였고 이어 ‘부수 업무 등의 규제(20%)’ ‘전문인력 부족(15.3%)’ ‘혁신 서비스 개발 막는 데이터 규제(14%)’ 순이었다.

특히 ‘망 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현재보다 규제 수준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금융 당국과 금융업 밖에서 제기하는 보안 문제가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당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안, 고객 관리 분야에 국한해 ‘망 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융사 경영진 10명 중 8명(82%)이 완화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망 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추가적인 보안 솔루션에 투자할 계획이 있음을 밝힌 금융사도 32곳(64%)에 달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등 금융사의 혁신 사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부수 업무 규제나 금산분리 규제는 현재 허용 가능한 항목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열거주의)에서 금지된 항목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36%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허용 가능한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30%로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뒷받침돼야 할 당국의 정책적 지원으로는 비금융 신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26.7%)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이어 금융사의 자율성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22.7%,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더 활성화해달라는 의견도 21.3%로 많았다. 한 금융사 CEO는 “국내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상이함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의 만족과 편익을 증대하는 과정인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전향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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