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황금기였던 1950~1980년대 서구에서는 그 배경을 알아보려는 ‘일본적 경영론’이 뜨거웠다.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했던 이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제임스 아베글렌이다. 그는 일본 각지의 공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뒤 1958년 ‘일본의 경영(The Japanese Factory)’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등이 일본의 공업화와 고도경제성장을 일구는 주요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와 함께 이 ‘일본적 경영’은 설 자리를 잃었고 오히려 나라의 장기 침체를 상징하는 구습이 됐다.
오랜 시간 ‘옛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이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른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부업’이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고령화와 이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업무 방식 재편에 나섰고 2018년 취업규칙을 개정해 부업을 허용했다. 좀처럼 불붙지 않던 부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나둘 퍼져나가고 있다. 올해 초 소니그룹과 히타치제작소가 희망 직원을 받아 상대 회사에서 일하며 직무를 배울 수 있게 하는 상호 부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사내에서 희망자에 한해 소속 부서 외 업무를 허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기업 우위였던 채용시장도 바뀌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구직자가 면접 후 면접관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면접 대상자가 면접관은 물론 면접 방식까지 선택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일본적이지 않은’ 이러한 시도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노동시장과 관행 중심의 직장 문화를 탓하며 ‘출근 하루 만에 그만뒀다’거나 ‘퇴직 대행업체에 의뢰했다’는 젊은이들의 사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으려는 이 나라가 개혁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터다.
우리가 받아 든 진단서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2년 3527만 명에서 2042년 2573만 명으로 1000만 명가량 사라진다. 채용과 인력 운영,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일본적 경영 버리기’에 나선 이웃 나라를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또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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