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그동안 의욕을 보였던 전후 80년 메시지 발표를 당분간 미루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메시지 발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종전일인 8월 15일과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한 9월 2일에는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이었던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종전일 무렵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전후 60년 담화에서 각각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며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러한 담화를 내는 대신 자문 기관을 설치해 전쟁에 이르게 된 경위를 검증한 뒤 개인 자격의 메시지를 발표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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