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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공화국 오명 벗는다…24년 만에 사망만인율 첫 0.3‱ 진입

고용부, 작년 유족급여 승인 사망자 812명…61명↓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0.39‱…통계 이래 처음

제조업 비중 높고 원·하청 고착…구조적 산재 취약

산안법 개정·중대법·노사자율안전…감축 노력 ‘누적’





작년 근로자 1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수를 뜻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이 처음으로 0.3‱대로 들어섰다.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할 때 산재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산재 감축을 위한 민관 노력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산재사고 사망자는 812명으로 전년 대비 62명 줄었다. 작년 사고사망자가 812명을 기록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도 0.43‱에서 0.39‱로 낮아졌다. 고용부가 1999년부터 이 통계를 발표한 이후 사고사망만인율이 0.3‱대로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 작성 기준으로는 24년 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재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재사망자수는 2013년 1090명에서 2014년 900명대로 낮아졌지만, 2019년부터 작년까지 800명대에 갇혀있다. 사고사망만인율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0.3~0.4‱ 박스권에 있다. 해외와 비교해도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사고사망만인율은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 보면 38개국 중 34위다. 1970년대 영국(0.34‱ )보다도 못하고 독일·일본과 비교해도 30년이나 뒤떨어진 수준이다. 작년 사고사망만인율도 OECD 평균 수준 0.29‱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는 사망산재가 극적으로 줄지 않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사고 빈도가 높은 제조업 비중이 전체 산업의 약 30%에 달한다. 위험의 외주화로도 불리는 원·하청 구조가 만연하고 대기업 보다 산재 예방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0%를 넘는다. 사고에 취약한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원인 중 하나다.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전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사망산재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의 안전관리체계 구축도 더디다.

작년 사고사망만인율 감소 성과는 그동안 민관의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체 개정(일명 김용균법)되면서 산업안전 의무가 원청까지 확대됐고 징역형 기준도 상향됐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의 보완 대책으로 작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내놨다. 로드맵은 처벌과 감독 중심에서 예방과 자율중심으로 산재감축 정책을 전환하는 게 골자다. 위험성 평가를 통해 노사 스스로 위험·유해 요인을 찾아 사업장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만들고 운영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고용부는 작년 사고사망만인율 감소와 중대재해법 효과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작년 사고사망자는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년 보다 64명 급감했다.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문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판단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사고사망만인율 최초 0.3‱대 달성은 안전문화와 의식 내재화 노력이 이뤄낸 성과”라며 “올해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산업안전 대진단 실시,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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