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세계적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올 1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증권 업계는 명품 기업들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유럽 증시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8.73% 하락했다. 4월 들어서만 4.45% 감소했다. 다른 명품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모회사 케링의 주가는 이달 들어 7.44% 하락했다.
해외 명품 기업들로 구성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덩달아 하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럽 상장 명품 기업 10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유럽명품10 STOXX ETF’는 최근 한 달 새 6.82% 하락했다. NH-아문디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 역시 같은 기간 5.36% 감소했다.
중국 소비 둔화로 올 1분기 매출이 기대보다 부진한 탓이었다. 16일(현지시간) LVMH의 발표에 따르면 LVMH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206억 9400만 유로(약 30조 4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금융정보 업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11억 4000만 유로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예상보다 느린 경기 회복 탓에 중국 내 명품 수요가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명품 기업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란 설명이다. 중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이는 2월(5.5%)은 물론 시장 전망치(4.6%)에도 크게 못 미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일본화(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동반하는 성장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은 수요 확대보다는 이미 과잉 상태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체 명품 시장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소비 심리가 뚜렷하게 회복되기 전까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