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프로 축구 경기가 끝난 후 한 관중이 경기에 졌다는 이유로 패한 팀의 선수를 채찍질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슈퍼컵 결승전이 열린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빈 자이예드 경기장에서 한 관중이 알 이티하드의 압데라자크 함달라(34)를 공격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알 이티하드는 이날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해 알 힐랄에 1대 4로 완패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한 영상을 보면 경기가 끝난 후 알 이티하드 쪽 관중석에서 원성과 야유가 쏟아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선수 입장 통로로 이동하던 함달라는 자신을 비난한 관중을 향해 생수병 물을 뿌리는 등 자극했다.
그러자 관중석 난간 가까이에 있던 한 남성이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휘둘러 함달라를 공격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에 격분한 함달라가 남성에게 맞대응하면서 다툼으로 번졌고, 주변 관계자들이 두 사람을 막아선 후에야 소동은 겨우 정리됐다.
이는 알 이티하드의 경기력에 실망한 팬의 분노가 만든 해프닝으로 보인다. 알 이티하드는 지난해 연봉 2억 유로(약 2948억 원)로 데려온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카림 벤제마(36)를 비롯해 은골로 캉테, 파비뉴 등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 보강에 힘썼다.
그럼에도 알 이티하드는 최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리그 순위싸움에서도 무패 선두인 알 힐랄보다 승점이 30점가량 뒤져있는 데다, 슈퍼컵 우승까지 굴욕적으로 뺏겼다. 팬들이 선수들을 향해 공분한 이유다.
특히 표적이 된 함달라는 7년째 사우디에서 뛰고 있는 알 이티하드의 주전 공격수다. 지난 시즌 리그 통산 세 번째 득점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함달라의 연봉은 280만 유로(약 41억2700만 원)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경찰은 함달라를 폭행한 관중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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