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10명 중 7명 이상이 국민연금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출생·고령화로 내야 할 보험료는 점점 늘고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성공적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적정선에서 유지할 수 있는 재정 안정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사회 성평등 정책의 도전과제: 초고령·4차혁명 사회의 여성 노후소득 보장’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7월 20∼30대 11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했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6%가 국민연금을 불신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금 그렇다(불신한다)’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불신한다(19.2%)’는 답변도 20%에 육박했다. 반면 ‘전혀 불신하지 않는다’는 2.5%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만 20∼24세(67.8%), 25∼29세(75.8%), 30∼34세(77.9%), 35∼39세(78.8%) 등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불신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료를 인상해도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응답자 가운데 89.3%는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보험료가 계속 인상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82.6%는 국민연금이 고갈돼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내가 노후에 받게 될 국민연금 급여액이 너무 적을 것 같다’는 질문에도 8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국민연금 이외에 별도의 노후 소득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6.8%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중 43%는 ‘아직 노후 소득 준비 수단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소득이 적어서(25.2%)’와 ‘과도한 주거비 지출(9.4%)’이 그다음이었다. 응답자들이 희망하는 최소 월평균 노후 보장 소득은 남성 266만 5000원, 여성 241만 8000원으로 조사됐다.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살 수 없다고 여긴 비율은 71.7%나 됐다.
연구진은 “향후 국민연금 개혁 시 2030세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처를 할 경우 논의 과정에서 이들을 포함하고 공식적인 차원의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수반돼야 한다”며 “동시에 노후 소득 준비에서 불리한 집단의 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 개혁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