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본 증시의 사상 최고치 돌파에 기여한 일등 공신 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야마지 CEO는 예적금에 몰린 시중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려면 일본 기업의 낮은 자본 효율성과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가 급선무라고 봤다. 그는 주주 환원 확대 등을 압박하기 위해 산하 도쿄증권거래소(TSE)를 주축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은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전략과 목표·일정 등을 스스로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PBR 0.5배 미만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40%가량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지적대로 TSE의 기업가치 제고 조치가 일본 증시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이를 벤치마킹했다.
사실 JPX는 10여 년 전부터 스튜어드십·기업지배구조 코드 제정, 투자자 소통 강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낸 것은 민관을 두루 거쳐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야마다 CEO의 강한 추진력 덕분으로 평가된다. 그는 일본 노무라증권 투자은행(IB) 부문 사장 출신으로 오사카거래소·TSE CEO를 역임했다.
최근 일본 증시 초호황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경제의 호조에다 슈퍼 엔저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또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여파로 중국에서 탈출한 외국인투자가 자금들이 일본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야마지 CEO 외에 외국인의 일본 투자 붐을 촉발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등이 일본 증시 4만 엔 선 돌파의 3대 공신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발굴되고 민관 총력전을 통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 탈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증시 밸류업을 하려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초격차 기술 개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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