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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감옥갈 지 몰라" 결국 헌재로 간 중대법

중기단체, 중대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중기·소상공인 305명 청구인으로 참여

명확성·과잉금지 등 헌법 원칙 어긋나

“위헌 가능성 높아…합리적 판단 기대”

이와 관련 없이 중대법 준수한다는 입장

총선 후 5월 국회서 유예 법안 통과 기대

배조웅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며 중소기업계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소기업계가 법안 유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소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자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직접 난국 돌파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은 1일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에는 올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올 2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법의 복잡한 내용 때문에 아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업장이 많다”며 “중소기업 대표들은 언제 수사기관에 불려가거나 감옥에 갈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고, 대다수 영세 소상공인들은 본인들이 법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을 강조한다고 중대재해 발생을 줄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게 골자다.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며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배조웅(오른쪽 두 번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정윤모(〃 세 번째)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


중기업계는 중대재해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 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책임·형벌 간의 비례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사고 예방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4조가 명확성 및 과잉 금지 원칙에,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6조가 평등 및 책임·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본질적으로 특성이 다른 50인 이상 사업장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중대재해법을 일괄 적용한 점도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중대재해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일어나는데 경영 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위헌 판정을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중기업계는 헌재가 중대재해법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지방법원에서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한 사례가 있지만 헌재의 판단은 이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기업계는 헌법재판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헌법상 여러 원칙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헌재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한 기각 여부는 이달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헌법소원 청구가 중대재해법 자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부회장은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중대재해법 적용 회피가 아닌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대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헌법소원 심판 청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올 5월까지 임기가 남은 21대 국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이 통과되는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청구서 제출 이후로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 이외의 추가적인 대응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본부장은 “현재로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중대재해법이 위헌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5월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유예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지만 추가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도 “이번 21대 국회에서 유예 법안이 통과되거나 중대재해법 위헌판결이 나와 22대 국회 때 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5월까지 유예 촉구 결의대회 진행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9개 중소기업단체 부회장들이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배현두(왼쪽 네 번째부터) 수협중앙회 부대표, 김태홍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배조웅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 인성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부회장.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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