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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밸류업 종목의 상승 여력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지금의 주식시장은 양극단의 성격을 가진 주도주들이 함께 시장을 이끌어가는 아주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모멘텀을 바탕으로 성장주의 끝판왕인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과 가치주의 끝판왕인 밸류업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통상 이런 국면에 양극단의 주식들을 포트폴리오에 모두 포함시키는 소위 바벨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주도주군 가운데 밸류업 관련 종목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인 듯 하다. 아마 “한국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밸류업에 관한 이 두 가지 회의론은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정부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밸류업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의 일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100년 역사를 참조해 보면 소액주주 운동이나 사모펀드를 비롯한 기관 투자가들의 견제 활동 등 민간에서 전개되는 여러 방면의 노력들이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향후 우리의 주주가치 제고 운동은 정부 주도의 일본식(밸류업)과 자본시장 주도의 미국식(액티비즘)을 혼합한 모습이 될 것이며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주식들의 상승 여력은 투자자들의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원래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르는 과정에서는 초기에 주가 반전을 가져온 원인과는 별개로 다른 모멘텀이 가세하면서 추세가 강화된다.



최근 10여 년간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기기로 인한 수요 증가→전기차의 부각→테슬라의 돌풍→코로나·정부 정책 등으로 친환경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 증가→전기차 판매량 급증’ 이라는 서로 다른 모멘텀이 단계적으로 역할을 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다들 주목하고 있는 일본 증시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증시에서도 이미 주주 가치 제고를 선도하고 있는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갈수록 부각될 것이다. 또 고금리 환경의 정착에 따른 재무구조 우량주로의 주식 선호도 변화 가능성, 경기 회복 시 기업 실적 개선 가능성 등도 잠재적 모멘텀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과 달리 필자는 이런 요인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어떤 전문가라 할지라도 주가를 맞출 수는 없다. 이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현실에서 모든 예측은 대부분의 주변 요인들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설득력 있는 논리적 예측일수록 틀릴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아직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현재의 국면은 우리 증시가 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는 초입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최근 10년간 일본 증시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비관적인 고정관념으로 자국 주식을 계속 매도한 일본 투자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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